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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서평

쥘 베른의 해저2만리 서평

이 책의 저자인 ‘쥘 베른’은 ‘해저 2만리’를 비롯해 ‘80일간의 세계일주’, 15소년 표류기로 잘 알려진 ‘2년 동안의 휴가’ 등으로 너무나 유명한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 대부분이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들이다 보니 후세에 그의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이 책은 동화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던 쥘 베른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그를 새롭게 조명하자는 취지에서 김석희님의 번역하에 쥘 베른 컬렉션으로 다시 선보이게 되었다. 많은 독자들이 어린 시절에 접했던 네모 선장과 노틸러스 호에 대한 환상과 열망은 추억 속에 접어두고, 18세기말 산업혁명 이후 노틸러스 호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베일에 가려진 인물인 네모 선장의 비밀스런 과거를 들춰보며 고도화되는 서구문명과 그것에 따른 전 세계 열강들의 이기 속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이다.
SF소설의 원조라고 할 수 있으며, 해박한 지식을 가진 타고난 이야기꾼인 쥘 베른은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19세기 과학의 수혜를 입고 산업화를 추진하는 세상 속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낸 작가이다. 실제로 인생의 대부분을 여행과 글쓰기로 보낸 쥘 베른은 요트를 구입해 그 요트로 여행을 즐기며 살았다고 한다. 

‘해저 2만리’의 내용소개 및 줄거리 요약
내용은 19세기 중반 언제부터인가 세계 각도처의 바다에서 정체 모를 괴생물체로 말미암아 기괴한 해난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엄청난 크기의 고래일 것이라는 추정을 하면서 그 괴생물체를 잡기위해 미국에서는 에이브러험 링컨호를 출항시키게 되고 파리 자연사박물관의 아로낙스 박사와 조수 콩세유, 그리고 전문 작살잡이 네드랜드가 함께 오르게 된다. 일본 근해에서 괴생물체에게 에이브러험 링컨호가 공격을 받으면서 망망대해로 빠진 아로낙스 박사, 콩세유, 그리고 네드랜드는 가까스로 그 괴생물체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는데 그 괴생물체가 다름 아닌 물속을 유영해 다니는 잠수함 노틸러스 호였던 것이다. 


구조라기 보단 감금에 가까운 생활을 하게 된 아로낙스 일행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네모 선장이 소개하는 바다 밑 세상에 빠져든다. 근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비록 노틸러스 호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조건이 걸려있긴 했지만 일행들은 그 조건의 압박감조차 잊을 만큼 환상적인 바다 속 세상과 노틸러스 호의 시대를 앞선 과학 기술에 매료되어 버린다.
네모 선장은 육지와는 등진 사람으로 아로낙스 박사 일행과 함께 세계 바다 곳곳을 항해하지만, 그들을 절대로 풀어줄 수 없다고 말한다. 해양학자인 아로낙스 박사는 연구의 목적으로라도 노틸러스 호에서 여행하는 것을 즐거워했지만 그도 영영 잠수함에 갇혀서 생을 마감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갈수록 진해진다. 그렇더라도 노틸러스 호를 타고 바다 속을 여행하는 일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기상천외한 잠수함부터 그 잠수함이 유지되는 비결, 바다 속의 풍부한 자원, 알려지지 않는 미지의 세계의 비밀을 모두 알아간다는 것은 아로낙스 박사 일행이나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 현재의 위치를 잊고서라도 마음을 뺏기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노틸러스 호가 바다 속을 유유히 항해하는 것부터 식량, 자원을 모두 바다에서 얻어서 생활한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서 쥘 베른이 마치 과학자처럼 느껴졌고,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과학 서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로낙스 박사 일행은 노틸러스 호를 타고 여러 달 동안 세계 바다 속 여행을 한다. 그 여행 동안 믿지 못할 일도 많이 겪었고, 노틸러스 호에 대한 세상의 궁금증은 증폭되어 가고, 네드랜드는 탈출 하고 싶어한다. 더군다나 네모 선장이 누구인지, 그가 왜 육지를 등지고 거대한 잠수함을 이끌며 바다 속을 항해 하는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풀지 못했다. 노틸러스 호를 관찰해보면 그는 다시는 육지로 건너 올 생각이 없다는 듯 철저히 노틸러스 호를 설계했다. 개인 서재, 식량, 압력에도 끄떡하지 않는 잠수함의 구조는 신비로운 세계를 탐험하기에 적격할지라도 선장의 마음속에는 복수심이 깔려 있었다. 그랬기에 그들의 항해는 모험과 난폭함, 권위와 독단적인 성격을 띄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군함 한 척이 노틸러스호를 괴물 고래로 오인하고 포격을 가했는데 네모 선장은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배를 반드시 격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배는 “저주받은 나라의 배”, 즉 네모 선장의 불행을 가져온 국가의 선박이다. 이 배는 노틸러스호의 공격을 받아 모든 선원이 비참하게 익사하고 배는 침몰시킨다. 엄청난 인명 살상을 하고 난 뒤 네모 선장은 자신의 방에 칩거한 채 괴로워한다. 이처럼 배의 지휘를 방기하는 동안 노틸러스 호는 노르웨이 앞바다의 거대한 소용돌이인 메일스트롬에 말려들어가 위기를 맞는다. 아로낙스 박사와 두 명의 동료들이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 보니 세 사람이 어느 바닷가 오두막집에 누워 있었다”는 식으로 일단 이 책은 마무리되고, 뒷이야기는 후속작 ‘신비의 섬’에서 새롭게 전개된다. 

‘해저 2만리’에 대한 서평
'80일간의 세계일주'와 함께 쥘 베른의 대표작이다. 이외에도 쥘 베른의 작품은 '지구 속 여행', '지구에서 달까지'등이 있지만 아직까지 읽어보질 못했고, '80일간의 세계일주'도 완독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소설에는 정말 풍부한 상상력이 가득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해저 2만리’ 역시 6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등장인물도 네모선장, 아로낙스 교수, 콩세유, 네드랜드, 이렇게 4명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등장인물들간의 사건들 외에도 쥘 베른만의 상상력이 넘치는 하지만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수많은 내용들을 만날 수 있다. 간혹 선원들도 등장하기 하지만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아 등장인물이라고 하기도 좀 뭣하다. 하지만 이 4명의 등장인물들만으로도 이 책이 꽉차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쥘 베른의 해박한 지식과 상상력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쥘 베른이 ‘해저 2만리’를 출간한 해는 1870년이었다. 백년도 훨씬 전에 쥘 베른은 보지도 못했을 바다 속을 땅위보다 더 실감나게 여행하고, 그때는 있지도 않았던 잠수함을 상상해서 파란만장한 이 모험담을 완성시켰다. 해저 사냥, 토레스 해협, 파푸아 원주민, 좌초, 산호 공동묘지, 수에즈 통로, 산토린 섬, 거대한 진주, 크레타 섬의 잠수부, 비고 만, 아틀란티스, 빙하, 남극, 얼음 속의 감금, 오징어와의 싸움, 멕시코 만의 폭풍우, 방죄르 호, 승무원들과 함께 침몰한 전함, 그리고 그 속의 보물. 잠수함이 있는 시간을 살고 있는 내가 과학의 도움으로만 볼 수 있었던 것들을 쥘 베른은 마치 눈앞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이야기한다. 그의 상상력은 과학을 앞지른다. 전 세계의 해양을 넘나드는 장대한 모험과 그에 얽혀있는 신화와 역사, 마치 도감을 펼쳐놓은 듯 등장하는 다양한 바다생물들, 수학과 과학을 밑바탕으로 두고 펼쳐지는 논리, 심연의 해저에서 펼쳐지는 탐험, 전기 잠수함 노틸러스 호 등에서 쥘 베른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시대에는 잠수함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 된 편이어서 잠수함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에 대해 큰 놀라움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쥘 베른이 이 소설을 쓴 1870년만 해도 이 발상은 획기적이었을 것 같다. 지금시대로 생각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파피용'에서의 태양범선에 비유하면 비슷하지 않을까? 
책의 내용으로 보아 그 당시는 잠수함이란 것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이전의 시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본격적인 잠수함의 개발 및 등장에 바로 이 소설이 직간접적으로 어떤 역할이나 기여를 했을까 문득 그런 호기심도 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것은 우리는 이 소설을 과학사적인 기여도의 측면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문학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 될 것이다. 

 


쥘 베른이라는 이름은 근대과학소설의 토대를 마련한 작가 중의 한 명이라 해도 좋을 선구적이고 탁월한 혜안을 지닌 작가이다. 그의 ‘해저 2만리’를 위시해서 ‘80일간의 세계일주’, ‘2년 동안의 휴가’, ‘지구에서 달까지’, ‘기구를 타고 5주간’, ‘마티아스 산도르프’ 등 그가 쓴 작품은 하나같이 허구성을 짙게 띄고 있다. 하지만 그 허구를 구체적인 상상력으로 펼쳐내면서 인간의 사고와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쥘 베른의 지식을 내가 양껏 흡수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풀어내는 바다 속의 이야기와 과학적 지식은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거기다 해양 보고서라고 해도 될 만큼의 수 없이 펼쳐지는 새로운 생물과 해저 모험은 낯설면서도 신비감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우리는 주인공들이 전 세계의 바다를 돌아다니며 관찰하는 신기한 해양 현상들을 접하게 된다. 그 가운데에는 순전히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들도 있지만 쥘 베른이 읽은 각종 여행기와 과학 서적의 내용들을 옮긴 것도 많다. 예컨대 암보이나 해안과 주변 바다에서 바다 색깔이 우윳빛으로 되는 우유바다 현상(젤라틴처럼 반투명하고 희미한 빛을 내는 몸길이 0.2㎜의 원생동물인 적충류가 모여 몇㎞가 될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진주의 종류와 채취 방법, 생긴 모양 때문에 인어로 오해받으며 고기 맛이 좋아 남획되어 거의 멸종 위기에 몰린 듀공(dugong)이라는 동물, 또 이 작품을 통해 더욱 유명해진 몸길이 8m짜리 대왕오징어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소설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캐릭터가 바로 네모 선장인데, 네모는 히브리어로 ‘없다’는 뜻으로 인간들의 육지에서의 처절한 약육강식의 삶과 전쟁과 파괴행위에 염증을 느끼고 심지어 제국주의가 팽창하는 가운데, 자신의 가족과 조국을 잃은 아픔을 가진 네모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는 바다에서의 자유를 향한 여정을 펼쳐간다. 아로낙스 교수는 이 작품에서 화자이면서 네모를 관찰하는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실재 이 작품의 주인공은 네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모가 증오심을 보이는 인간의 불합리한 제도와 폭력과 파괴의 제국주의에 대한 경멸은 ‘해저 2만리’에서 구구절절이 설명되지 않지만 묘하게도 네모의 사상과 행동은 읽는 이를 경도시키는 힘이 있다. 특히나 소수민족, 힘없는 자, 가난한 자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네모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아로낙스 교수는 네모 선장의 정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추측을 한다. "결국 이와 같은 초상화들을 통해 그의 존재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그는 억압받는 민족의 지도자이고 노예 해방가인가? 그는 최근에 금세기의 정치적 또는 사회적 소요에 참여했었는가? 그는 참혹했던 미국 남북 전쟁, 비통하고 결국 영광스러울 수 없는 그 전쟁의 영웅들 중의 한 사람인가?……" ‘해저 2만리’를 끝까지 읽어도 네모 선장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는다. 아로낙스 교수처럼 네모 선장의 지상에서의 상처 입은 삶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바다는 누구의 것도 아닌 자유인의 세계라고 네모 선장이 주장하지만 이 작품의 내용 자체가 이미 그것과는 다르게 그려져 있다. 바다는 더 이상 각국의 투쟁에서 비켜나 있는 곳이 아니다. 이전에 강대국이 대지를 분할하고 통치하듯이 과학기술을 앞세운 강력한 국가가 곧 바다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이 나온 바로 얼마 후 미국의 유명한 해군 전략사가인 앨프리드 머핸(Alfred Mahan)은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일찍이 쥘 베른은 노틸러스 호를 가지고 해저 세계를 선점하는 꿈을 꾸었지만, 실제 세계 최초의 핵잠수함을 건조하여 바다를 종횡으로 누빈 것은 미국이었다. 그 잠수함은 이 소설에 나오는 잠수함의 이름을 따라 노틸러스 호라 명명됐다.
현 시대가 비록 화성까지 탐사로봇을 보내는 시대이긴 하지만 아직 지구의 바다 속은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곳이 많다. 그러한 바다 속을 1800년대에 소설로 엮은 쥘 베른의 상상력은 가히 경이롭다는 생각까지 든다.